[ 화제의 인물 ]

캠퍼스에서 제2의 인생을 꽃 피우다

수불석권(手不釋卷), 배움의 길을 가다

아침에도, 점심시간 산책길에도, 집에 가는 길에도 꽃이 있는 봄의 캠퍼스 풍경은 우리를 여유롭게 한다. 먼저 핀 꽃과 나중에 핀 봄꽃이 어우러져 앞만 보고 걸어가는 우리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가라며 발길을 잡는다.
봄날에 만난 철학과 3학년 74세 은발의 만학도 김남수님은 봄날의 꽃보다 더 짙은 향기를 내는 어른이었다. “먼저 간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인생은 멀리 보고 완주해야 한다. 마지막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돼 있을지 모른다. 충동은 경계하고, 자제하며, 진지하게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가 보내는 조언이다.

57세에 다시 시작한 공부

그는 만 57세에 중학교에 검정고시에 도전해 6개월 만에 합격했고,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해 1년 만에 합격했다. 그가 이렇게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56세때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원서를 내려하자 중학교 졸업증명서를 요구했다. 충격이었다. 그는 중학교를 7개월 다니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소를 모는 목동이 됐다. 21살에는 카추사에 입대했고 제대 8개월을 앞두고 1966년 월남 파병에 자원했다. 1967년 7월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농사도 짓고 강원도 도계 석탄공장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무작정 홀로 대구로 떠나 포장마차부터 시작해 도시의 택시 운전사가 됐다. 그 시절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고되고, 여유가 없는 삶이었지만 틈틈이 고전 작품과 에세이 등 책도 읽었다. 지금까지 삶을 지내는 동안 큰 불편은 없었는데 56세에 중학교 졸업장이 다시 그를 아프게 했다.

그렇게 공부가 시작됐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도전에 성공하고 한동안 서울 생활을 하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67세에 고향 삼척으로 돌아왔다. 병원 신세를 지기보다 고향에서 여생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69세에 몸이 회복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 대학에 가고 싶었다. 어릴 적 꿈인 선생님의 꿈도 이루고 싶었다. 그래서 69세에 도내 최고령 수능 응시자로 시험에 도전했고, 70세에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동해 한중대 영문과를 수료하고 올해 강릉원주대학교 철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봄날 벚꽃처럼 활짝 피었다 지는 꿈이 아니라 상사병처럼 번지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그를 이곳 캠퍼스로 이끌었다.

인생은 끝까지 學生이다

"인생은 끝까지 學生이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한다며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로 박사학위까지 도전해보고 싶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부창부수. 그의 오랜 반려자도 70세의 고령에 올해 4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렀다. A4 3장 분량의 과제를 컴퓨터로 타이핑 하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그는 좋아하던 등산도 학교 과제 때문에 모두 미뤄두고 매일 삼척에서 강릉으로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수업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방법을 카톡으로 상세히 알려주는 학과 학생과 학과 조교, 대학 도서관 덕분에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그는 함께 공부하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20살이 되면 절대 부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나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해야 한다. 100번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쉽게 가는 지름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70살부터 인생이 다시 즐거워졌다는 어르신의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그 즐거움의 실체가 무엇일가. 세상을 훨씬 먼저 걸어 온 사람과 이제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강의를 듣던 인문대 303호 강의실에서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손으로 꾹꾹 진지하게 공책에 강의 내용을 써 내려 가는 은발의 만학도가 만들어 내는 몰입의 공기와 젊은 철학도가 만들어 내는 유쾌한 공기가 어우러져 어떤 에너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날의 바람이 생각난다. 조용히 봄 햇살에 잎을 반짝이던 오래된 은빛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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