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GWNU 동문 ]


선배님 보고 싶습니다 / 동문 릴레이 인터뷰 20호

식물로 말을 건네는 사람

팥꽃, 그는 팥꽃을 기억했다

“팥꽃, 그는 팥꽃을 기억해 냈어요.” 박경자 동문은 전화 너머로 노숙인 시설에서 원예치료 봉사를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노숙인 시설에서 만난 이들은 미술, 음악 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에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녀가 식물을 통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했을 때 그는 굳게 닫았던 마음을 조용히 열어 ‘팥꽃’을 말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팥농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그는 친숙한 식물을 통해 오래도록 닫아 두었던 자신의 감정을 끌어냈다.

식물응용과학과 06학번 박경자 동문은 희망원예센터 소장으로 원예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원예치료사는 식물을 도구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학교 부적응, 또래관계 향상, 긍정적 정서 함양, 자존감 향상 등 학교 현장에서의 원예치료와 장애우의 재활치료, 각 시설이나 기관, 호스피스 병동, 상담 현장 등에서 원예치료를 하고 있다.

그녀는 불혹의 나이에 식물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어 식물응용과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으며, 석사과정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다. “2006년 매화가 꽃봉오리를 하고 있을 즈음 어색함으로 강의실을 들어섰으니까 식물응용과학과와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10년이 되었군요. 그때도 그렇듯 지금도 그 계절이 되면 새로운 시작으로 아직까지 설렌다.”

박 동문은 식물응용과학과로 편입하기 전 서울에서 건축시공과 관련한 일을 했다.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이 과다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취미로 야생화 동호회에 활동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때부터 식물과 함께하는 일을 한다며 더 행복한 일은 없겠다 생각했다. 강릉원주대 식물응용과학과에 3학년 편입하면서 새로운 일에 즐겁게 도전하는 계기가 됐고, 원예치료사가 되려고 한국자생식물원에 취업해 식물의 전반적인 생활사를 공부했다.

식물은 알고 있다

“식물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어느 무엇보다도 훌륭한 매개가 된다. 과수, 화훼, 채소, 곤충, 토양 등 모든 분야가 인간의 삶과 연결된 것이라 식물의 생활사는 인간의 생활사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응용과학과에서 배운 지식은 40대 이후 그녀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됐다. 식물과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이 타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됐다. 문제 성향이 있는 청소년의 원예치료를 하면서 그들 곁에 따뜻한 어른이 같이했다면 지금의 문제 성향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자주 든다. 이후의 삶은 그들 곁에서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며 공감하는 따뜻한 어른으로 남고 싶다.

박경자 동문은 지난해 10월에는 <나만의 화분 만들기> 주제로 강릉원주대 학생들을 만나 중간고사에 지친 학생들을 몸과 마음을 위로했다. 원예치료활동에 필요한 화분, 모래, 화초 등 모든 활동재료를 손수 준비해 후배들을 만났다.

지난해 10월 중간고사에 지친 후배들을 치유하고자 <나만의 화분 만들기>를 준비했다.


그녀가 운영하는 희망원예센터는 사회적 협동조합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에 원예복지, 원예교육, 원예치료를 제공해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꽃과 식물을 가꾸는 원예치료사로 삭막한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한다.

지금은 강릉시와 함께 ‘황혼기 마음치유 서비스’로 65세 이상 어르신을 만나 심리정서, 대인관계 향상, 웰다잉, 문화여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 특수교육 학생재활 치료기관으로 등록되어 장애 학생의 재활은 물론 심리 정서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원예 치료도 하고 있다.

강릉다문화지원센터 이주여성과 함께             희망원예센터 힐링의 시간


원예치료 분야는 아직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이 원예 치료를 알 수 있도록 심리, 정서 차원으로 접근하고자 관련 공부도 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대학에서 사랑의 카네이션 만들기를 진행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노인이 어린 시절 부모를 생각하며 사랑을 표현해 보는 시간을 보냈다. 사랑을 표현하기 더 서툴렀던 어르신들이 부모님을 그리며 꽃을 만들며 서로를 아픔과 시간을 보듬는 그 풍경을 상상해 본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마음을 나눠 주는 일

봄비가 밤까지 이어진다. 어쩐지 봄비가 내리는 날은 식물이 더 곱다.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은 식물에도, 곁에 있는 사람에도 좋은 마음을 나눠 주는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연꽃 등불을 내거는 것, 누군가를 위해 꽃을 가꾸는 것은 어둠을 걷어 내고 응원의 향기를 멀리멀리 보내는 일이다. 연둣빛 이파리를 흔드는 봄비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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